1940년대 화려했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이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돼 관객을 찾는다. '시티 오브 엔젤'은 1989년 브로드웨이 버지니아 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영국, 호주 등을 거쳐 30년 만에 한국에 왔다. 2일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오경택 연출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정서적 거리와 1989년도에 초연된 30년 전 작품이기도 해 시간적 거리가 있었다"면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저에게 중요한 숙제였다"고 밝혔다. '시티 오브 엔젤'은 1940년대 할리우드에서 유행했던 영화 장르인 필름 누아르와 팜므파탈 요소를 가미한 블랙코미디 누아르 뮤지컬로 당시를 배경으로 탐정 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와 그가 창조한 시나리오 세계 속 인물을 교차하는 극 중 극이다. 오 연출은 "일단은 기본적으로 작품 자체가 굉장히 미국적인 정서가 많이 녹아 들어가 있고, 정통 느와르 적인 것을 뮤지컬화 하면서 패러디와 오마주 통해 블랙 코미디 톤으로 만들어졌다"며 "그러면서 필요하게 된 언어적인 유희 이런 것들이 큰 묘미인데, 그런 미국적 정서를 한국적 정서로 치환하는 작업에 상당한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지극히 미국적인 정서가 한국에서 얼마나 통할지에 대한 부분은 '시티 오브 엔젤'의 성공을 판가름할 주요한 척도다. 오 연출 또한 이런 부분에 무게를 두고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오 연출은 "다행히 누아르 장르가 대중적인 장르라 진행 방식이나 캐릭터가 전형적인 면이 많다"며 "현대 관객들이 그런 관점에서 익숙해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믹 해야할 부분들을 배우들과 함께 굉장히 재미있고 위트있게 표현하려고 하는데 한국 정서와 안 맞는 부분들은 서로 상의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작 작품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수동적이고 전형적인 모습으로 묘사됐다. 오 연출은 이러한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바꾸는 데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오 연출은 "대본을 처음 받고 여성 캐릭터가 불편했다. 전형화되고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어떻게 하면 재생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서 "캐릭터를 완전히 뒤집을 수는 없다고 생각을 했고, 세밀한 지점에서 캐릭터를 바꿨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신에 코미디 측면을 보강하고 강조하며 관객들이 이야기를 한 발 떨어져 볼 수 있도록 인물이 사회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 안에서 존재하게끔 느끼게 하는 '거리 두기' 기법을 사용했다"고 덧붙엿다. '시티 오브 엔젤'은 영화와 현실 세계를 한 무대에 녹인다. 이러한 극의 이중 구조는 조명과 무대, 의상, 분장 등 다양한 기술이 동원돼 드라마틱하게 꾸며질 예정이다. 오 연출은 "작품의 구조가 현실과 영화 세계가 교차가 되고 병치가 되기도 하는 구조라 현실 세계는 컬러로, 영화 세계는 흑백으로 표현했다"면서 "필름 롤을 상징하는 회전 무대나 카메라의 이중 조리개 등을 사용해 흑백과 컬러가 단순히 양면으로 구분되는 것만이 아니라 더욱 다채롭게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일부 배우들의 넘버(뮤지컬 삽입곡)가 시연됐다. 엔젤 4인은 부드러운 음색으로 '프롤로그(Prologue)'를 부르며 무대를 감미로운 재즈의 바다로 이끌었다. 김경선(도나, 울리 역)과 리사(게비, 바비 역)가 '왓 유 돈트 노우 어바웃 우먼(What You Don't Know About Women)'을 열창했고, 최재림(스타인 역)은 '퍼니(Funny)'를 부르며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았다. 강홍석(스타인 역)과 테이(스톤 역)는 '유어 낫씽 위드아웃 미(You're Nothing Without Me)'를 통해 각자의 매력을 뽐냈다. 이 같은 음악은 '시티 오브 엔젤'의 숨겨진 한 수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천재작곡가 '사이 콜먼'이 탄생시킨 재즈 음악은 작품 전반에 걸쳐 녹아들며 매력을 한껏 뽐낸다. 이를 진두지휘할 김문정 음악감독 역시 재즈의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재즈라는 것은 곡의 구성과 형태가 아니라 자유로움에 그 목적이 있다"면서 "엔젤들이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자유분방한 재즈 음악으로 극을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또 "엔젤 오디션은 상당히 치열했는데, 음색과 표현 방법, 가창 스타일 비슷한 네분을 선별해 짝을 지어가면서 진행했다"며 엔젤 선발에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엔젤들의 재즈 스타일의 연주와 배우들의 그렇지 않은 곡들이 흥미로운 구조로 흑백과 컬러의 구조에 맞게 배치가 됐다"면서 "풍성하게 사운드 낼 수 있는 구조의 연출을 구상했고, 오리지널과는 다를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시티 오브 엔젤'에서 타이틀 롤인 '스타인' 역은 뮤지컬 배우 최재림과 강홍석이 맡았다. 작가 스타인이 만든 시나리오 속 주인공 탐정인 '스톤' 역은 가수 출신 배우 이지훈과 테이가 맡아 열연을 펼친다. '시티 오브 엔젤'은 극 중 스타인과 스톤을 제외한 주요 배역들이 모두 현실 세계와 영화 속 세계를 넘나들며 1인 2역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제작자 '버디 피들러'와 영화계 거물 '어윈 어빙' 역은 방송인 정준하와 뮤지컬 배우 임기홍이 맡았고, 버디의 와이프 '칼라 헤이우드'와 미스터리한 팜므파탈 캐릭터인 '어로라 킹슬리' 역에는 뮤지컬 배우 백주희와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가희가 맡는다. 스타인의 여자친구 '게비'와 스톤의 전 애인이자 여가수 '바비' 역은 뮤지컬 배우 리사와 방진의가 캐스팅 됐고, 버디의 비서 '도나'와 스톤의 비서 '울리' 역은 뮤지컬 배우 김경선과 박혜나가 맡아 멋진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MBC 예능 무한도전 종영 후 오랜만에 대중들 앞에 나서는 정준하는 "작년 10월부터 본의아니게 방송을 전면 쉬었다. 사업체를 4개 운영하다보니 연예인 보다 더 바쁘게 살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됐고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하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 생각한다"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시고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희는 "두 아이 출산하고 첫 복귀작이 이런 영광스러운 멋진 작품이 돼 무한한 영광"이라면서 "봉인 해제된 느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거주지가 해외로 바뀌면서 연습 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불안감과 완벽주의자적 성격이 있는데 그걸 채우지 못하는 저만의 스트레스가 있다"면서도 "어떻게든 열심히 연습해서 배우분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194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자신의 탐정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 스타인과 그가 만든 시나리오 속 세계의 주인공 스톤을 교차시키며 이어가는 극 중 극으로 구성된 블랙코미디 누아르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은 다음 달 8일 충무아트센터에 대극장에서 개막해 10월 20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paladin703@cbs.co.kr
